자연의 속도로 살아가는 반반귀촌의 삶
은퇴 후, 제 삶은 조금 더 느려지고 훨씬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도시에서 보내는 평일 5일은 익숙하고 편리한 일상 속에서 생활하지만, 주말이면 기다렸다는 듯 시골로 내려갑니다. 이 두 곳을 오가는 ‘반반귀촌’의 리듬 속에서 저는 매일 새로운 배움을 얻고,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봄에는 텃밭 한편에 신선초를 심었습니다. 워낙 키우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예상과 달리 튼튼하게 자라나 제법 무성한 잎을 피워냈습니다.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파리를 보며 첫 수확을 하던 순간의 벅찬 감정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은퇴 후 찾은 텃밭의 평온함과 치유
바쁘게 돌아가던 직장 생활을 내려놓은 이후, 처음엔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시작한 것이 바로 작은 텃밭이었습니다. 처음엔 흙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일조차 낯설었지만, 계절을 따라 작물이 조금씩 자라나는 걸 보며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신선초는 그런 제 반귀촌 생활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준 작물입니다. 강한 향과 진한 초록빛을 가진 이 풀은 마치 자연이 주는 약초 같았습니다. 직접 키운 신선초를 손질해 나물로 무쳐 가족과 함께 밥상에 올리는 일, 그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삶의 새로운 방식이었습니다.
도시의 편리함과 시골의 여유, 두 세계를 오가는 기쁨
도시의 삶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병원, 장보기, 친구들과의 모임, 문화생활까지 도시가 주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번잡한 일상에 쉽게 지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말에 시골집에 도착하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텃밭으로 가 신선초를 살펴보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는 그 단순한 일들이 제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해도 어딘가 기계적인 느낌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내 손으로 길러 낸 것’을 먹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그렇게 주말의 자연은 제 일상에 균형을 잡아주는 소중한 쉼표가 되어줍니다.
손수 키운 신선초 한 줌이 주는 특별한 감동
신선초는 특히 아침에 이슬 머금은 상태로 수확하면 향이 깊고 부드럽습니다. 저는 주로 가볍게 데쳐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쳐 먹는데, 소박하지만 꽤 깊은 맛이 납니다. 잎을 씹으면 퍼지는 독특한 향과 질감이 오히려 중독성 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식사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누가 길러준 것이 아닌, 내가 키운 채소로 밥상을 차린다’는 건 곧 삶의 주인이 된다는 감각이기도 하다는 것. 특히 은퇴 이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는 분들께, 저는 이 텃밭 생활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사는 기쁨
시골은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입니다. 봄이면 파릇한 새싹이 올라오고, 여름이면 작물이 쑥쑥 자라며,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이 주어지고, 겨울이면 잠시 휴식합니다. 그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저도 점점 조급함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신선초도 계절이 주는 선물처럼, 짧은 기간에만 수확할 수 있는 귀한 작물입니다. 매해 이맘때가 되면 신선초를 심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이제는 제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마무리|은퇴 후,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시간
누군가는 은퇴 후의 삶을 ‘여유롭지만 심심하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의미 있고 풍요롭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고, 손수 기른 신선초로 한 끼를 만들고, 밤이면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런 삶이야말로 진짜 ‘나답게 사는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선초 한 줌에서 시작된 작은 텃밭의 기쁨이, 제 은퇴 후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채워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골 텃밭에서는 또 다른 계절의 작물들이 자라고 있겠죠. 도시와 시골, 두 곳 모두를 품은 이 삶의 균형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